해산물을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지 지금도 다양한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쪄 먹는 것도 맛있고 탕으로 끓여도 맛있고 조림도 구이도 날것의 회도 맛있다. 초밥도 너무 좋다. 이 맛있는 걸 계속 먹고 싶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다. 그리고 내가 먹을 생선에 미세 플라스틱이 덜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플라스틱을 덜 쓰려고 노력한다. 고기도 좋아하는데 탄소 배출 양이 높은 소고기는 공교롭게도 내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 먹을 일은 잘 없다. 더욱이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하나는 예전보다 소화력이 떨어져 육식에 손이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소화시킬 자신이 있는 날에만 비장하게 고기 메뉴를 고른다.
지구에서의 삶이란 몇십억 인구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이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순 없다. 나는 다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며 이런 삶을 살 뿐이다. 환경을 걱정하며 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먹고자 하는 친환경 라이프가 누군가에게는 선민의식으로 보여 거부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혼자 차지하거나 빼앗아 가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철 쓰고 버리는 지구가 아니니 말이다.
더욱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이들만이 환경주의자는 아니다. 화장실에서 손 씻고 귀찮아서 손의 물기를 슥슥 옷에 닦는 사람, 겨울에 붙인 뽁뽁이를 몇 해가 지나도록 떼지도 바꾸지도 않는 사람은 본인은 모르는 무의식적 환경주의자라고 할만하다. 일상이 바빠 자주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사람 역시 무의식적 환경주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