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야

사리사욕을 위한 친환경 라이프

나 하나쯤이야

사리사욕을 위한 친환경 라이프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었을까? 처음에 입학했던 대학교는 조금 특이한 친구들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를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했던 친구도 있었다. 십여 년 전인 그때만 해도 지구는 너무나 멀쩡해 보였기에 환경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수저 통을 챙겨 MT에 가고, 천 생리대를 만들어 쓰고,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모습이 참 신기해 보였다. 이들을 따라 실천하겠 다는 생각보다는 호기심에 소청 원단을 접어 생리대로 쓰기도 하고, 중고 옷 디자인이 더 멋져 보여서 빈티지 가게에서 옷을 사곤 했다. 그 뒤로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면서 이 세계와 멀어졌고, 나에게 소청 생리대가 있었다는 기억도 잊혀갔다.

추억은 빈티지 옷을 남기고・・・

그 뒤로 긴 시간이 흐른 뒤 환경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음씨 착한 두 친구를 자주 만나면서부터였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고운 성정을 가져서 그런지 환경오염에 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이 친구들과 함께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을 처음 써봤는데 그때는 초기 모델이라 그랬는지 뻑뻑함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한번 써보라며 천연 세정제라고 하는 소프넛을 받기도 했는데 어색함에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동구밭에서 나온 설거지 비누를 처음 써봤을 때는 망에 넣어 써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너무 빨리 녹아 없어져서 당황한 적도 있다. 이렇게 낯선 물건들도 써보고 환경 이슈를 함께 나누다 보니 지구에 해를 덜 끼치려는 삶의 방식이 어느새 내게도 스며들었다.

고마운 친구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사람의 생산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이것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다. 반면,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기도 했다. 그의 논리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주기 변화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자들의 연구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지만, 의심에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할지 라도 이것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 지구 온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지라도, 잠시 머물다 가는 지구에 덜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는 삶의 방식이 나에게 더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Instagram @in_a_lee

'지구에 덜 피해를 주는 삶을 살자’라는 원칙을 세워두었지만 순간순간 고민이 많다. 부엌을 닦을 때 행주를 사용한 후 깨끗하게 다시 만들기 위해 삶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그래서 키친타월에 물을 묻혀 닦을 때가 종종 있는데, 플라스틱인 물티슈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무엇이 더 지구를 위한 것일지 확실히 모르겠다. 키친타월은 쓰레기봉투에 들어가서 소각되거나 어딘가에 매립될 테고, 행주는 삶기 위해 가스와 여러 번 헹굴 물과 과탄산소다 또는 세제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중고 옷이나 그릇을 살 때도 이것이 지구의 자원을 덜 쓰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생리대는 지금도 집안일에 허덕이기에 천 생리대를 위생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없어 마트에서 주로 1+1 프로모션을 하는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하지만, 조만간 다시 천 생리대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생리컵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아직 낯설어 선택지에 넣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갈 때 커피가 무척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미쳐 텀블러를 미리 챙기지 못한 날에는 테이크아웃 잔이라도 마실 것인가, 얼른 뛰어가서 텀블러를 가져올 것인가, 그냥 포기할 것인가 매우 치열한 내적 갈등을 겪곤 한다.

텀블러를 쓰면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엔 따뜻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게다가 500원 할인까지・・・

나의 친환경 라이프는 앞에서 말한 이유만이 아닌 나의 사리사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데, 특히 신선한 재료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제철인 대저 토마토를 부지런히 먹는다. 한입 베어 물면 단맛과 새콤함, 감칠맛이 입안에 몰려온다. 아침으로 먹기 편한 사과도 좋아한다. 토마토와는 다른 새콤달콤함이 나른한 정신을 깨워주고 열매의 생명력을 나에게 직접 전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는 또 어떠한가. 식후에 몇 조각 깎아 먹으면 배부르게 먹은 밥이 기분 좋게 내려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지구 온도 변화의 속도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배와 사과의 재배 면적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맛있는 과일과 야채를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먹고싶은 개인적인 사리사욕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둔다.

제철음식은 삶의 낙

해산물을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지 지금도 다양한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쪄 먹는 것도 맛있고 탕으로 끓여도 맛있고 조림도 구이도 날것의 회도 맛있다. 초밥도 너무 좋다. 이 맛있는 걸 계속 먹고 싶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다. 그리고 내가 먹을 생선에 미세 플라스틱이 덜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플라스틱을 덜 쓰려고 노력한다. 고기도 좋아하는데 탄소 배출 양이 높은 소고기는 공교롭게도 내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 먹을 일은 잘 없다. 더욱이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하나는 예전보다 소화력이 떨어져 육식에 손이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소화시킬 자신이 있는 날에만 비장하게 고기 메뉴를 고른다.


지구에서의 삶이란 몇십억 인구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이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순 없다. 나는 다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며 이런 삶을 살 뿐이다. 환경을 걱정하며 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먹고자 하는 친환경 라이프가 누군가에게는 선민의식으로 보여 거부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혼자 차지하거나 빼앗아 가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철 쓰고 버리는 지구가 아니니 말이다.


더욱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이들만이 환경주의자는 아니다. 화장실에서 손 씻고 귀찮아서 손의 물기를 슥슥 옷에 닦는 사람, 겨울에 붙인 뽁뽁이를 몇 해가 지나도록 떼지도 바꾸지도 않는 사람은 본인은 모르는 무의식적 환경주의자라고 할만하다. 일상이 바빠 자주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사람 역시 무의식적 환경주의자이다.

Instagram @in_a_lee

나도 종종 무의식적인 환경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지구의 자원을 덜 쓰는 게 마음이 편해서, 먹는 게 좋아 노인이 되어서도 신선한 음식을 먹고싶어 친환경 라이프를 지향한다. 사실 환경을 걱정하고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삶은 조금 번거롭다. 모든 선택과 행동마다 '이게 정말 친환경인가?'하는 고민이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에겐 완벽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쓰레기를 덜 만드는 레스 웨이스트도 좋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며 뭐라고 할진 모르겠지만, 내겐 유난 떠는 당신이 아름다워 보인다.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었을까? 처음에 입학했던 대학교는 조금 특이한 친구들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를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했던 친구도 있었다. 십여 년 전인 그때만 해도 지구는 너무나 멀쩡해 보였기에 환경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수저 통을 챙겨 MT에 가고, 천 생리대를 만들어 쓰고,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모습이 참 신기해 보였다. 이들을 따라 실천하겠 다는 생각보다는 호기심에 소청 원단을 접어 생리대로 쓰기도 하고, 중고 옷 디자인이 더 멋져 보여서 빈티지 가게에서 옷을 사곤 했다. 그 뒤로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면서 이 세계와 멀어졌고, 나에게 소청 생리대가 있었다는 기억도 잊혀갔다. 

추억은 빈티지 옷을 남기고・・・

그 뒤로 긴 시간이 흐른 뒤 환경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음씨 착한 두 친구를 자주 만나면서부터였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고운 성정을 가져서 그런지 환경오염에 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이 친구들과 함께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을 처음 써봤는데 그때는 초기 모델이라 그랬는지 뻑뻑함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한번 써보라며 천연 세정제라고 하는 소프넛을 받기도 했는데 어색함에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동구밭에서 나온 설거지 비누를 처음 써봤을 때는 망에 넣어 써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너무 빨리 녹아 없어져서 당황한 적도 있다. 이렇게 낯선 물건들도 써보고 환경 이슈를 함께 나누다 보니 지구에 해를 덜 끼치려는 삶의 방식이 어느새 내게도 스며들었다.

고마운 친구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사람의 생산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이것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다. 반면,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기도 했다. 그의 논리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주기 변화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자들의 연구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지만, 의심에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할지 라도 이것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 지구 온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지라도, 잠시 머물다 가는 지구에 덜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는 삶의 방식이 나에게 더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Instagram @in_a_lee

'지구에 덜 피해를 주는 삶을 살자’라는 원칙을 세워두었지만 순간순간 고민이 많다. 부엌을 닦을 때 행주를 사용한 후 깨끗하게 다시 만들기 위해 삶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그래서 키친타월에 물을 묻혀 닦을 때가 종종 있는데, 플라스틱인 물티슈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무엇이 더 지구를 위한 것일지 확실히 모르겠다. 키친타월은 쓰레기봉투에 들어가서 소각되거나 어딘가에 매립될 테고, 행주는 삶기 위해 가스와 여러 번 헹굴 물과 과탄산소다 또는 세제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중고 옷이나 그릇을 살 때도 이것이 지구의 자원을 덜 쓰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생리대는 지금도 집안일에 허덕이기에 천 생리대를 위생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없어 마트에서 주로 1+1 프로모션을 하는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하지만, 조만간 다시 천 생리대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생리컵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아직 낯설어 선택지에 넣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갈 때 커피가 무척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미쳐 텀블러를 미리 챙기지 못한 날에는 테이크아웃 잔이라도 마실 것인가, 얼른 뛰어가서 텀블러를 가져올 것인가, 그냥 포기할 것인가 매우 치열한 내적 갈등을 겪곤 한다. 

텀블러를 쓰면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엔 따뜻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게다가 500원 할인까지・・・

나의 친환경 라이프는 앞에서 말한 이유만이 아닌 나의 사리사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데, 특히 신선한 재료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제철인 대저 토마토를 부지런히 먹는다. 한입 베어 물면 단맛과 새콤함, 감칠맛이 입안에 몰려온다. 아침으로 먹기 편한 사과도 좋아한다. 토마토와는 다른 새콤달콤함이 나른한 정신을 깨워주고 열매의 생명력을 나에게 직접 전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는 또 어떠한가. 식후에 몇 조각 깎아 먹으면 배부르게 먹은 밥이 기분 좋게 내려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지구 온도 변화의 속도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배와 사과의 재배 면적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맛있는 과일과 야채를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먹고싶은 개인적인 사리사욕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둔다. 

제철음식은 삶의 낙

해산물을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지 지금도 다양한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쪄 먹는 것도 맛있고 탕으로 끓여도 맛있고 조림도 구이도 날것의 회도 맛있다. 초밥도 너무 좋다. 이 맛있는 걸 계속 먹고 싶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다. 그리고 내가 먹을 생선에 미세 플라스틱이 덜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플라스틱을 덜 쓰려고 노력한다. 고기도 좋아하는데 탄소 배출 양이 높은 소고기는 공교롭게도 내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 먹을 일은 잘 없다. 더욱이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하나는 예전보다 소화력이 떨어져 육식에 손이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소화시킬 자신이 있는 날에만 비장하게 고기 메뉴를 고른다.


지구에서의 삶이란 몇십억 인구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이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순 없다. 나는 다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며 이런 삶을 살 뿐이다. 환경을 걱정하며 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먹고자 하는 친환경 라이프가 누군가에게는 선민의식으로 보여 거부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혼자 차지하거나 빼앗아 가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철 쓰고 버리는 지구가 아니니 말이다.


더욱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이들만이 환경주의자는 아니다. 화장실에서 손 씻고 귀찮아서 손의 물기를 슥슥 옷에 닦는 사람, 겨울에 붙인 뽁뽁이를 몇 해가 지나도록 떼지도 바꾸지도 않는 사람은 본인은 모르는 무의식적 환경주의자라고 할만하다. 일상이 바빠 자주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사람 역시 무의식적 환경주의자이다. 

Instagram @in_a_lee

나도 종종 무의식적인 환경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지구의 자원을 덜 쓰는 게 마음이 편해서, 먹는 게 좋아 노인이 되어서도 신선한 음식을 먹고싶어 친환경 라이프를 지향한다. 사실 환경을 걱정하고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삶은 조금 번거롭다. 모든 선택과 행동마다 '이게 정말 친환경인가?'하는 고민이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에겐 완벽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쓰레기를 덜 만드는 레스 웨이스트도 좋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며 뭐라고 할진 모르겠지만, 내겐 유난 떠는 당신이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