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고기에 대한 비호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저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도전의식을 받진 않지만 예전에는 ‘비싼 고기만’ 먹는다는 거냐는 답변이 일상적일 정도였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의 밥상머리 교육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 ‘고기 먹어야 키 큰다’였기 때문에 자라오면서 ‘고기를 사랑하지 않는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다. ‘성격이 예민해서 입맛도 까탈스럽다’, ‘키가 더 안 자란 게 어릴 때 고기를 안 먹어서’라는 훈수와 눈초리에 생존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것은 ‘채식 선호가’가 되는 길이었다.
채식이 좋긴 하지만 ‘채식 lover’의 수식어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지도 사실 의문이었다. 내가 ‘프룻테리언’의 블로그를 보면서 채식과 과일식을 몇 달간 했던 것도 딱히 채식 선호와는 연관이 없었다. 위가 약해진 탓이라고 덧붙여서 ‘건강상’의 사유라 채식의 이점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누가 봐도 건강한 20대’임에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