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야

채식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채식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주위에 채식한다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급식을 먹지 않는 사유에 ‘채식’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채식’을 위한 급식이 따로 있었던 건 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심지어 매주 수요일에는 ‘잔반 없는 날’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돈까스, 치킨, 탕수육과 같은 고기반찬이 주였으니 ‘채식’을 위한 선택지를 고려할 여지도 없어 보였다.

매일신문 | 2023.05.18 | “우리 학교 급식 최고” 2023년 건강급식 우수학교 선정된 7곳 어디?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고기에 대한 비호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저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도전의식을 받진 않지만 예전에는 ‘비싼 고기만’ 먹는다는 거냐는 답변이 일상적일 정도였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의 밥상머리 교육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 ‘고기 먹어야 키 큰다’였기 때문에 자라오면서 ‘고기를 사랑하지 않는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다. ‘성격이 예민해서 입맛도 까탈스럽다’, ‘키가 더 안 자란 게 어릴 때 고기를 안 먹어서’라는 훈수와 눈초리에 생존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것은 ‘채식 선호가’가 되는 길이었다.


채식이 좋긴 하지만 ‘채식 lover’의 수식어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지도 사실 의문이었다. 내가 ‘프룻테리언’의 블로그를 보면서 채식과 과일식을 몇 달간 했던 것도 딱히 채식 선호와는 연관이 없었다. 위가 약해진 탓이라고 덧붙여서 ‘건강상’의 사유라 채식의 이점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누가 봐도 건강한 20대’임에 틀림없었다.

『채식주의자』 | 한강 | 창비 | 2022

동물애호가에게도 고기 lover들에게도 의구심의 눈총을 받는 나의 애매한 포지션에 대한 자기 의심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암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문제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름에 대해서 사유서를 제출하기를 요구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였다.

2019년 군대 내에서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있었다. 그 결과 국방부는 2020년부터 채식주의자나 무슬림 장병을 위한 채식 식단을 편상하기로 하는 방침을 냈다. 2021년에는 ‘학생 채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연대에 따라 국가위에 진정성을 냈다. 지자체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는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다른 지자체도 논의 중에 있다. 올해는 대선공약으로도 채식권이 언급될 정도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논쟁의 근거들을 보면 ‘국민건강증진’이나 ‘신념’, ‘동물복지’, ‘환경 보호’ 등으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핵심은 여기 모두를 포괄하는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이다. ‘채식권’이란 용어에 많은 수식어와 사유들이 붙고 있지만, 다 좋은 취지임에 공감하고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 가치임에 모두가 동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공공 기관에서도 ‘너의 선택은 그저 선택일 뿐이야’라는 것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 그 자체보다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의 문제의식에 초점이 가야 한다. 과거의 나처럼 기호에 괜한 불편한 감정이 든다는 것은 소외감이었을 것이다. ‘채식권’에도 그런 불편한 사유서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지구촌 시대에 살아가는 기성 세대의 시민들은 그저 ‘나로써’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일 뿐일 것이다.


표지 작품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 (당신이 어디서 왔건) | 김현아 | 2022 | 백자 슬립 캐스팅, 모래

사진 출처  Instagram @artwork_hyunahkim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주위에 채식한다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급식을 먹지 않는 사유에 ‘채식’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채식’을 위한 급식이 따로 있었던 건 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심지어 매주 수요일에는 ‘잔반 없는 날’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돈까스, 치킨, 탕수육과 같은 고기반찬이 주였으니 ‘채식’을 위한 선택지를 고려할 여지도 없어 보였다.

매일신문 | 2023.05.18 | “우리 학교 급식 최고” 2023년 건강급식 우수학교 선정된 7곳 어디?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고기에 대한 비호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저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도전의식을 받진 않지만 예전에는 ‘비싼 고기만’ 먹는다는 거냐는 답변이 일상적일 정도였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의 밥상머리 교육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 ‘고기 먹어야 키 큰다’였기 때문에 자라오면서 ‘고기를 사랑하지 않는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다. ‘성격이 예민해서 입맛도 까탈스럽다’, ‘키가 더 안 자란 게 어릴 때 고기를 안 먹어서’라는 훈수와 눈초리에 생존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것은 ‘채식 선호가’가 되는 길이었다.

채식이 좋긴 하지만 ‘채식 lover’의 수식어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지도 사실 의문이었다. 내가 ‘프룻테리언’의 블로그를 보면서 채식과 과일식을 몇 달간 했던 것도 딱히 채식 선호와는 연관이 없었다. 위가 약해진 탓이라고 덧붙여서 ‘건강상’의 사유라 채식의 이점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누가 봐도 건강한 20대’임에 틀림없었다.

『채식주의자』 | 한강 | 창비 | 2022

동물애호가에게도 고기 lover들에게도 의구심의 눈총을 받는 나의 애매한 포지션에 대한 자기 의심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암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문제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름에 대해서 사유서를 제출하기를 요구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였다

2019년 군대 내에서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있었다. 그 결과 국방부는 2020년부터 채식주의자나 무슬림 장병을 위한 채식 식단을 편상하기로 하는 방침을 냈다. 2021년에는 ‘학생 채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연대에 따라 국가위에 진정성을 냈다. 지자체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는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다른 지자체도 논의 중에 있다. 올해는 대선공약으로도 채식권이 언급될 정도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논쟁의 근거들을 보면 ‘국민건강증진’이나 ‘신념’, ‘동물복지’, ‘환경 보호’ 등으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핵심은 여기 모두를 포괄하는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이다. ‘채식권’이란 용어에 많은 수식어와 사유들이 붙고 있지만, 다 좋은 취지임에 공감하고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 가치임에 모두가 동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공공 기관에서도 ‘너의 선택은 그저 선택일 뿐이야’라는 것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 그 자체보다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의 문제의식에 초점이 가야 한다. 과거의 나처럼 기호에 괜한 불편한 감정이 든다는 것은 소외감이었을 것이다. ‘채식권’에도 그런 불편한 사유서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지구촌 시대에 살아가는 기성 세대의 시민들은 그저 ‘나로써’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일 뿐일 것이다.


표지 작품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 (당신이 어디서 왔건) | 김현아 | 2022 | 백자 슬립 캐스팅, 모래

사진 출처  Instagram @artwork_hyuna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