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에 대응해 나온 ‘지속가능한 패션’이 곧 ‘환경친화적 소재의 옷들’,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의 옷’들과 같은 트렌드로 이어졌다. 결국 패션 생태계의 환경파괴적인 모순들은 극복되지 않은 채 ‘패스트 패션’의 형태적 이용에 불과했던 것인가 하는 찝찝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섬유 회사의 차원에서도 제작 과정과 유통 과정만이 아니라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서 상당한 옷들을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약 422억원 상당의 재고를 모두 불태워 버린다고 한다. 단순히 특정 브랜드 차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패션 업계의 패스트패션의 메커니즘이 이제 기후 위기처럼 ‘생태적 전환’에 직면을 선언해야 한다. 우리가 사서 입은 옷들이 내일 반찬 속의 미세플라스틱과 코를 찌르는 석유냄새로 내 건강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는 악순환을 지구상의 인류가 어떤 옷을 입어도 피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실천은 중고 거래 이용과 플랫폼들이 활발해지면서 ‘제로웨스트 옷장 실현’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블랙 프라이데이’로부터 내 옷장을 지켜내어 보자!
참고 서적 이소연, 2023,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돌고래.